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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께선 당신을 용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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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 Jubel
노에 유벨
대천사
“천사들은 인간의 앞에 나타날 때 항상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나타난다고 하잖아.”
“자애로우신 사제님, 오늘도 저는 여신님 앞에 죄인이라 고백하게 해 주십시오.”
“마… 말리지 마! 유벨 님께서 옳다 하셨어. 죄가 아니라고, 진정 기꺼울 대로 하라고, 그리 말씀하셨다고!”
“누가 그런 걸 천사라고 했어?! 그건 괴물이야!! 그 소름끼치는 얼굴이 아직도 꿈에 나와 미쳐버리겠다고!!!”
기원
물거품을 결정화한다. 이 결정은 문스톤과 비슷한 빛을 띠며 아름답게 반짝인다. 상업적 목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스스로 엄금한다. 성물로 인정된다.
악창의 저주
가우디움
제가 목도한 자 누구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기쁘게 할 것입니다.
문신은 오른쪽 안구에 새겨졌다. 사용 시 오른쪽 눈동자의 색이 오팔과 비슷한 빛을 띠게 되며, 이 눈과 마주친 자는 이유없이 거대한 환희에 차게 되어, 심지어는 온 몸의 근육이 파열되고 뒤틀려 결국 탈진해 사망에 이를 때까지 폭소를 멈출 수 없게 된다. 본래대로라면 제 순한 소명대로 누구든 기껍도록 만들었을 것, 악창으로 변모하게 되었으니 시선을 마주한 자는 최후의 순간까지 환희하며 광소를 멈출 수 없게 되어, 죽어가는 광경이 매우 기괴하고 공포스러웠다 한다.
패널티
이로 인해 노에 자신만큼은 기쁨이라는 감정만은 영영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새 권한으로 쥐려 했던 기쁨의 감정을 차차 상실하게 되었고, 본래에도 희미했던 것이 이제는 아예 없다시피 한 상태. 또한 오른쪽 눈에만 느린 속도이나 차츰 난시가 누적되고 있다. 시력에는 영향이 없고, 사물이 뿌옇게 보인다. 사용이 과하면 난시 이상으로 시야가 왜곡되거나 그 자리에 없는 것이 보이는 등 환각에 더 가까운 것을 보기도 한다.
외형
지독한 흉이 남아 무결성을 상실하고도, 그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더욱 기이하리만치 혼을 빼놓는 것이 되었다. 정교하게 맞춰진 절대미의 비율은 깨어졌으나 그것은 두 팔을 잃은 여신상을 재해석해 찬미하는 이치처럼, 본래 완전했을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착시와 같은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과거 자신이 증인이었듯 미美는 권력이 되지 못하는 것이나, 현상과도 같은 기이한 외형은 누구라도 본능적으로 수그리도록 하는 데가 있었다. 기하학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눈은 마치 마주치는 이를 석화시키는 듯해, 홀리고, 현혹하며, 마비시켜, 결국 광기의 진창으로 끌어내리는 것. 한편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텅 비었던 눈동자가 이제는 제법 감정선의 사체를 기꺼이 담을 줄 알게 되어, 배로 값비싼 호박석의 모양이 되었다. 다만 오른쪽 눈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가려지곤 하는데도 굳이 그 위에 안대를 착용했다.
여전히 생화의 생명력을 모조리 앗은 듯, 소름끼치도록 싱그러운 향기가 나고, 시종일관 아름다운 미소로 환대한다. 아니 이제는 그 미소가 더욱 환희를 띠고 밝은 데가 있다. 그러나 이젠 환하지 못할 것. 오히려 광기와 흡사한 것.
이제 그 모습은 감히 물질을 벗어나 영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데가 있었다. 무력하게 복종할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여전히 노에를 향해 소리치곤 했다. 신성을 모방했으니 모독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성격
[삼라만상을 비추는 업경業鏡]
철저히 남의 의중을 살피는 일을 해 왔던 자는 절로 인간군상에 대한 통찰 또한 기이하리만치 깊게 되었다. 노에는 남이 애써 감추는 속마음과 거짓을 자비없이 전부 들춰낼 줄 알았으며, 그리하지 않아도 상대 쪽에서 절로 고해오곤 했다. 심지가 곧지 못할수록, 정신이 유약할수록 곧장 먹혀드는 자질은 심지어 상대를 광기로까지 끌어내리곤 하여, 아주 꺼림칙한 것이었다. 스스로 외면하고 싶은 것까지 전부 똑바로 마주하게 하는 업경을 범인들이 기피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사제 유벨이 온 몸을 가리는 로브를 입은 것, 노에가 평소에도 긴 천을 걸치고 안대를 차는 것은, 신분을 감추려는 의도뿐 아니라, 이에 대한 어떤 배려였다.
[뜯겨나가게 한 원동력]
과거 쓰임새를 상실하고, 체념을 권한으로 쥐지 못해 스스로 멈추지도 못한 톱니바퀴는 누군가 끝을 고해 주기만을 기다렸으나, 흠결이 난 조가비에 스며 가장 먼저 엉겨붙은 불순물은 분노였다. 그러니 자신은 와해로서 사함받고, 스스로 뜯겨나가기로 결정했다. 분노야말로 제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 텅 빈 조가비가 첫 번째로 필요로 했던 것, 새로 띤 소명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을 것. 그 소명은 분명히 이 세상에 대한 보복의 형태가 되지 않게 했다. 그러니 모든 이가 노에로 하여금 기꺼이 환희에 젖어 스스로 파멸로 뛰어들었다.
[연회는 즐거워야만 한다]
분노 다음으로 깨우친 감정은, 즐거움이었다. 널리 모두를 기껍도록 하리라는 소명의 '모두'에 자신까지 포함하기로 하게 되자, 아주 빠른 속도로 습득한 것이었다. 즐겁지 못한 것, 지루한 것. 죄악으로까지 여긴다. 여신의 자식되어 은총받은 자 모두 마땅히 환희에 둘러싸여야 할 것이니.
[사람의 약점은, 또한 사람]
그러므로 제 권한으로 취한 감정 두 가지, 분노, 즐거움. 슬픔 또한 관념으로 배워 제 것으로 취해 두었으나, 소명의 이행에 방해되는 감정은 불필요하다 느낄 때 의도적으로 자신과 떼놓을 수 있도록 했다. 노에는 취약점을 허용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곤 했는데, 이제 사사로운 감정도 기꺼이 권리로 쥐었으나, 또한 약점으로 여겨, 제 의지로 저버린 것이다. 기쁨은 저주의 패널티로 영영 제 것으로 취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니 사람이 가져야 할 감정 네 가지 중에 두 가지밖에 취하지 못한, 반만 사람. 이제는 외양마저 무결을 훼손당해, 안팎으로 불완전한 것.
[신앙마저 모방하는 자]
거두절미하고 노에, 혹은 사제 유벨의 신앙심은 진정성이 없다. 노에에게 신앙심이란 화법과도 같은 것이라, 타인의 마음에 차기 위해 스스로 세뇌시킨 것에 가깝다. 지금도 제 소명에 충실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신실하지 못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소명대로, 애쉬마린 여신마저도 저로 인해 기꺼우시도록 하고자 한다. 그러니 유벨은, 오늘도 성실히 아침 기도를 올렸다.
지난 10년간의 근황
918년, 교황 시해 사건. 곧장 중개인께 달려가 보고해야 할 터였으나 어디론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포도 농원과 양조장에서 모습을 보았다는 자도 있다. 같은 해, 노에의 중개인이 독살당했다.
919년, 한 예배당에서 잡일을 하며 또한 신학 공부에 힘썼다. 정치학을 공부할 계획이었으나 학원섬이 궤멸된 후 신분 박해의 심화로 배움의 기회가 여의치 않았을 뿐 아니라, 모시스 추기경이 42대 교황으로 즉위하게 되어 미룬 것이다. …머지않아 유감스러운 소식을 듣기는 했으나. 광명을 좇아 자신 또한 당신의 백성이라 할 수도 있을 터였지만, 제가 좇아야 할 빛은 광명 그 자체가 아니라 제 쓰임새를 놓이게 해 곁을 내준 곳에 있었다.
923년, 성년이 되고, 유벨이라는 이름으로 사제가 되었다. 새 소명을 이어가기 위한 일환으로.
버림받은 추기경과 그의 가신이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 순종은 유년시절 지겹게 해 온 것이라 더 이상 제게 즐겁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노에는 마땅히 제 쓰임새가 놓일 곳, 널리 모든 이를 진정으로 기껍게 하리라는 소명의 이행 또한 있을 자리에 자연스레 섰다.
928년, 여전히, 새로이 띤 제 소명에 충실하기 위하여.
기타 사항
[가장 값지고 진귀한 장신구였던 것]
어떤 계층의 사람들은 자신의 품위라거나 재력 같은 것을 타인에게 확인시키고 또한 과시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단으로 자신을 치장했다. 그것은 구하기 어려운 귀한 향조의 향수이기도, 아주 값비싼 보석으로 세공한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따위이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곁에 두는 사람이란 대단히 명망높은 지인이라거나, 유능한 하인이라거나 그 유형이 제법 다양했고, 그 중에 시동侍童이라는 역할이 존재했다. 귀인들은 자신의 곁에서 심부름을 하며 순종하는 시동이 또한 기왕이면 아주 아름답기를 원했으며, 기실 아름다우면 그만일 장신구에 기능을 기대하는 자는 많지 않았으므로 실무의 수행보다는 빼어난 미모가 그들 값어치의 척도였다.
노에는 일류의 시동이었으며 특1품의 장신구였다. 그저그런 자리에선 볼 수 없고, 자기 자신의 과시가 주 목적인 호화로운 파티에서나 볼 수 있는, 귀인들이 대동하는 예술품이었다. 너도나도 더 높은 값을 불러 중개인을 통해 하루 빌리는 경매품이었기에 한 사람에게 길게 귀속된 적은 없었다. 노에는 말이 트이고 자신의 다리로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오로지 호화롭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교육을 받고, 하나하나 습관을 들이고, 교정을 받았으며, 귀족들의 시동으로 이리저리 불려다녔다. 그 햇수가 8년 정도였다.
14세, 애쉬마린 학원에 입학하던 때 그 역할을 마쳤고, 다시는 복귀하지 못했다.
[고해소의 사제, 유벨]
- 그 이름은 배교자, 레테 모르힌 티그리스가 이름 뒤에 붙을 수 있도록 지어 준 것. 뜻은 '환희'.
혈육이 생존해 있는지는 커녕 누구인지도 모르고, 대를 이을 사람도 없으며, 심지어 유벨이라는, 성이라기보다는 아직 이명에 가까울 것을 지어준 자는 야속하게도 머지않아 자취를 감추었으나, 노에는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자가 지어 준 그 이름을 기꺼이 제 새로운 권리로 거머쥐었다.
- 온 몸과 얼굴을 가리는 로브를 뒤집어써 알기 힘든 분위기의 사제는, 다만 신의 사자의 것처럼 아름답고 조근조근한 목소리와 특유의 기품으로, 누구라도 죄를 고해하고 사함받고 싶어질 만큼 자애롭다 여겨졌다. 노에라는 이름은 과거 일류의 시동으로 유명했던 자와 같은 것이라, 사제일 때는 차라리 유벨이라는 이명을 썼다. 고해소를 나온 자는 누구라도 사함받은 환희에 차곤 하였으나, 간혹 그 중에, 뭐에 홀린 것처럼 기이한 행각을 벌이다 스스로 파멸하는 자 또한 나타난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그럼에도 유벨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누가 보아도 여신께서 지상에 보낸 사자와 같이 자애롭게 보였기 때문에.
- 사제 유벨은 경전 외에도 특히 유심히 읽고 공부하는 책이 있었는데, 대부분 정치학과 관련된 서적이었다.
[어떤 노래]
잘 자거라, 아가야. 내가 모두에게 그러하듯 형제들을 사랑해주련.
제게 와해를 베풀어 사하신, 이제는 버림받은 추기경에게 배워 기억하는 노래.
그 노랫소리는 한 치도 틀림 없이 기억하고 있었으나, 다른 누군가에게 불러 준 적은 없다. 혼자 있을 때에나, 잊지 않기 위해 읊조리곤 했다.
[노에]
- 7월 18일생. 탄생화는 이끼장미. 꽃말은 가련, 순진무구.
- 아무 것도 좋아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는다. …그리하려 한다.
- 무조건 존대. 1인칭은 '저', 타인을 지칭할 땐 대체로 직함 혹은 이름 뒤에 '님'.
- 여전히 고상하고 기품있는 말투를 구사하지만, 이젠 간혹 염세적이고 신랄한 데가 있다.
[그 외]
- 선하지 않고 악하지도 않다. 널리 모든 이를 진정 기껍도록 하기 위해, 혼돈이라는 복음을 전파하는 자.
- 겉으로 전혀 티 나지 않는 독배를 주조할 줄 안다. 평범한 술도 물론 빚을 줄 안다. 본인은 음주를 즐기지 않지만.
- 여전히 육식을 못 한다. 오랜 타의가 개선될 수 없는 체질로 굳었다. 기실 개선하려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다. '저 또한 고기' 라며 꺼림칙한 말을 굳이 꺼내 거부한다.
- 선물받은 것은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손가락 인형의 동화, 미색의 숄, 꽃이 새겨진 흰 찻잔, 소라고둥, 물결 무늬가 새겨진 단검, 흰 리본, 황금사과. 추억에 기반한 것은 없다. 모두 제 쓰임새의 증거.
[영롱한 조가비는 결국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하여]
결국 그리 되지 않길 택했다.
인간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사람이었던 적 없었다.
검게 고인 물이 어디로 흘러가 어떤 다음 바다를 맞게 되더라도, 자신은 실존했던 어느 폐해의 산증인으로 남겠지.
악착같이 살아, 너희가 안일함에 젖을 때쯤 다시 증오를 복기시킬 것이다. 그런 소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