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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게 사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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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chanaan Peret
요카난 페레트
배우는 퇴장할 줄 모르고
강정, <처형극장>
“한밤중에 노랫소리가 들려서 내다보면, 어김없이 그 여자야. 글쎄, 비 오는 날에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춤을 추더라니까…….”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표정 못 봤어? 제 귀에 들리기라도 하면 아주 죽일 듯이 노려본다고.”
“까칠하긴 했어도 나쁜 애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좀… 이상해졌지.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다고 해야 하나.”
“반란군이 가문을 휩쓸고 지나간 뒤로 저렇게 됐다잖아요. 아버지라는 사람은 하나 남은 가족마저 나 몰라라니. 어쩌겠어요.”
기원
물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주로 수중에서 저를 둘러싼 물살을 멋대로 가지고 노는 데 사용한다.
다만 기원이 효력을 끼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흐르는 물일 경우. 강물의 방향을 바꿀 수는 있지만, 컵 안에 든 물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제 역량을 벗어난 수준에서 기원을 과하게 사용하면 신체 말단부터 차츰 경직되기 시작한다. 흡사 근육이 놀라 굳어버린 것과 비슷한 신체 반응.
악창의 저주
메홀라
죽음으로 향하는 걸음.
왼쪽 허벅지에 문신이 자리한다. 문신에서 흘러나온 검은 흔적은 피부를 타고 내려가 발 아래로 고인다. 문신이 새겨내는 모양은 매번 새로 그려지는 만큼, 발동되는 순간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악창을 발동한 채 디딘 자리는 물감이 번져가듯 서서히 어둠으로 물든다. 그렇게 퍼져나간 어둠은 머지않아 일대를 완전히 집어삼키고 만다. 잠식된 검은 땅 위의 사람들은 폭발적인 감정과 충동에 휩싸여 타인, 혹은 자신을 해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악창이 불러오는 감정은 궤를 달리할지언정, 그 모두 사랑을 근원으로 두고 있다. 더없이 순수해야 했을 애정은 악창의 이름 아래 지독한 애증이 되어, 사람들을 파멸로 이끈다.
패널티
감정의 마모. 극명하고 강렬한 감정이 아닌 이상 구분에 어려움을 느끼며, 같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 그나마 물리적인 자극에서 비롯되는 감정은 아직 원활히 인지한다. 배가 부르면 만족스럽고, 고통을 느끼면 짜증이 나는 수준의 것들. 사용이 지나쳤을 때는 왼쪽 하반신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촉각은 고사하고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아, 한참을 멀거니 앉아있다 겨우 장소를 벗어난다.
외형
(조랭님 (@johnzo__) 커미션입니다)
허리 아래까지 늘어진 검은색의 곱슬머리. 금분을 바른 눈꺼풀 아래, 이채를 띠는 호박색 눈. 창백한 피부와 굳게 다물린 입매를 보고 있노라면, 종종 이유 모를 부자연스러움마저 느껴지곤 한다. 더구나 지을 줄 아는 표정은 고작 두 가지. 시큰둥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거나, 높은 소리를 내며 웃음 짓는 것이 전부이니. 사람들로 하여금 은근한 기피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얼핏 보기에도 이십 대 중반의 여성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앳된 얼굴이다. 전체적인 인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10년 전의 어느 날에 시간을 붙들어놓았다 해도 믿어질 정도로 외관이 변하지 않았다. 가느다란 팔다리도. 흉터와 굳은살이 빼곡할지언정, 검이 어울리지는 못할 마른 손도. 마치 박제처럼, 남다른 변화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즐겨 입는 옷은 대개 흰색. 아랫단이 복사뼈 언저리에 닿을 긴 기장의 치마를 선호한다. 평상시에는 트임이 없는 옷을 입거나, 분을 짙게 발라 문신을 감춰둔다. 장신구를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지만, 정작 귓불에는 귀를 뚫은 자국이 남아있다. 흉도, 막힌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관리되어 있다.
성격
돌아갈 길은 없으니, 오로지 악하기 위해 악할 것.
[초장 · 애정]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먼 옛날, 날을 바짝 세운 채 애정을 물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더없이 사교적이고, 관계 맺음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팔에 안겨 춤을 추는 것도, 생의 마지막처럼 사랑을 외치는 것도. 그녀에게는 호흡과 같이 자연스럽다. 상대를 향한 호의를 아낌없이 표현함은 물론,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사람 마냥 당당하게 굴기도 한다.
[중장 · 가식]
“곧이곧대로 믿는 쪽이 멍청한 거 아닌가…….”
하지만 이런 모습은 모두 같잖은 변덕에서 비롯되었기에. 막상 속을 뒤집어보면 그 안에는 단순한 의미조차 없을 때가 허다하다. 그녀에게 감정을 흉내 내는 일은 가벼운 유흥, 혹은 학습의 기회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알아채고 곁을 떠난 사람 역시 무수히 많았지만, 처음부터 가치를 두지 않은 만큼 그 사실을 진심으로 아쉬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종장 · 순종]
“이끄시는 대로.”
애초에 누군가의 검이요, 집행자가 되기로 일찍이 마음먹지 않았던가. 그러니 진실로 의미 있는 것은 성국의 혼란한 부분을 도려내는 행위가 전부일 터였다. 지금은 목적을 잃어, 거니는 자리마다 죄악만을 남기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는다. 허울만 남은 신앙은 집어치운 지 오래. 그릇된 권능을 손에 쥔 자는, 여신을 경애의 대상으로 두지 않게 되었다.
[막 · 열망]
“가장 큰 열락은 마지막에 오는 법이니까.”
무엇도 사랑하지 않으며, 무엇도 사랑할 수 없게 된 이상, 매 순간이 과거의 연기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살아 숨 쉬는 매분 매초가 자신의 모방임을 안다. 제 의지로 선택한 배역이 악인임을 생각하면 마땅한 값을 치른 셈이다. 이제 남은 순서는 하나, 악인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다. 그녀는 막이 내려질 날을 간절히 열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근황
918년, 교황 시해 사건 이후 학원섬을 벗어나 위벨스피어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약 1년 만에 아버지를 마주하여 자신의 친부, 일리야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는 어머니와 결혼을 약속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이단으로 명명되어 처형된 죄인이라고 말이다.
919년, 에프라트는 섭정 세력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동생 ‘요카난 헤로드 에프라트’가 후계자로 지목되었다. 자신이 이단의 딸임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녀는 가문을 이어받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처지에 순응하는듯했다.
923년, 제 주인 될 이를 다시 만났다.
그간의 웅크림은 단순한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혁명의 선포와 동시에 일가의 목을 베어냈다. 살아남은 사람은 검을 휘두른 본인과 아버지인 헤로드, 오직 두 명. 그녀는 일방적인 학살 후, 자신이 죽여 없앤 가문의 이름을 갈아치우고 동생의 이름을 제 것으로 삼았다.
헤로드는 크게 상심하여, 에프라트 령에 속해있던 성국 외곽으로 내려갔다. 홀로 칩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제 딸의 얼굴조차 보려 하지 않았다.
924년, 무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저 좋을 대로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것에 가까웠다. 이따금 제의를 받아 연극의 무대에 서기도 했다.
926년, 멜루지네 사건의 패널티로 인한 후유증 발생. 죽어버린 감각의 일부가 회복되지 못했다.
928년, 현재. ‘악창의 예속’의 일원임이 알려진 바 없으니. 세간이 기억하는 그녀는 가족의 죽음과 몰락 앞에 변해버린 한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타 사항
[개인]
- 6월 25일생. 탄생화는 나팔꽃. 꽃말은 덧없는 사랑. 이제는 생일을 기억하지 않는다.
- 이름보다는 성으로 불리는 쪽을 기꺼워한다. 다만 이전의 이름이라면 그것이 이름이든, 성이든, 듣지 못한 척 넘겨버리거나 화를 낸다.
- 유령같이 느릿하고 조용한 움직임. 발소리조차 거의 나지 않아, 등 뒤로 다가간다 한들 천성이 기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채기 힘들다.
- 과장된 행동. 연극적인 말투. 평온하게 말을 이어가다가도, 제 심기가 어그러질 때면 멋대로 말을 높이거나 낮춘다.
- 1인칭은 나, 혹은 저. 2인칭은 너, 혹은 그대. 타인을 지칭할 때는 주로 성을 사용한다.
[에프라트 / Ephrath]
- 충절의 이름으로 병폐마저 비호하던, 무너진 벽.
- 긴 세월 충성을 바쳐온 대상은 결국 고인 바다였다. 그들은 고집스레 자리를 지켜온 역사가 무색하게, 어린 교황에게 등을 돌렸다.
- 그렇게 깎여나간 위상을 높일 기회를 노리며. 새로운 기사단을 견제하고, 세를 불린 시간이 5년.
- 당시 혁명군이라 불리우던 세력이 등장하자, 하루아침에 도륙당하고 말았다. 모든 지반을 잃었으니 사실상 멸문과 같다.
[전투]
- 기습에 특화되어있던 이전보다 대인 전투에 능숙해졌다. 잔재주도 많이 늘었다. 실전에 강하다.
- 체구를 고려하면 비정상적으로 강한 근력. 웬만한 성인 남성을 웃돈다.
- 제 몸집에 비해 과하게 큰 대검을 사용한다. 단도는 만약을 위해 몸 곳곳에 숨겨두는 정도.
-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악창의 저주를 사용하지 않는다.
[생활]
- 공식적인 거처는 위벨스피어의 저택.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은 주제에 사용인은 한 명도 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버려진 집과 다름없는 몰골.
- 학원에서 받은 물건들은 모두 찾아내 저택에 숨겨두었지만, 막상 들춰본 적은 없다.
- 방랑벽이 있다. 걸음이 다다르는 곳은 대부분 바다. 바닷바람을 두르거나, 옷 군데군데 모래를 묻혀오는 일이 잦다.
[기타]
- 5년 전, 제 손으로 가족들을 죽인 다음부터 염색 마법을 사용하길 관뒀다.
- 문화생활을 즐긴다. 취미는 관극과 독서.
- 좋아하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소중할수록 제게서 멀리 떨어트려 놓으려는 버릇이 있다.
- 싫어하는 것 역시 말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너무 많아 헤아리기가 귀찮았고, 지금은 싫다는 감정 자체가 잘 들지 않는다고.
-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찾는다. 혀가 녹을 만큼 단맛. 아니면 아플 만큼 짜고 매운맛. 객관적으로 먹을만한 음식인지는 그 뒤의 문제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