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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뜻, 감히 제 손으로 이루게 하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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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imir
카시미르
어둠 속 집행자
“그럴 줄 알았지! 그 꺼림칙한 눈이라니! 역시 이렇게 될 거였던 거야!”
“어찌 감히 여신님의 이름을 입에 담는가! 버려진 추기경 주제에!”
“죽음뿐인 자리에서도…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어요… 환희에라도 찬 사람처럼….”
“분명 각척으로 내던져지고야 말 것이다. 여신님께서 용서하실 거라 생각하느냐…!”
기원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능력.
자신 한정으로 원하는 만큼 가라앉을 수 있다. 또한 이는 반대로, 원하는 만큼의 깊이에서 부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물 위처럼 ‘떠있는’ 것 이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다. 기원이 효과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보통 ‘바다’라 인식하는 장소.
악창의 저주
레니토르
낫지 않는 상해는, 이미 저주와도 같았다.
문신의 위치는 오른쪽 손바닥. 발동하면 손에 감긴 창의 형태로 빚어지나, 실체가 없어 무생물은 그저 통과할 따름이다. 그 자체로 이미 저주와 같으니, 날끝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닿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남긴다. 이렇게 새겨진 상처는 낫지 않으며, 상처 입은 곳에서부터 바다에 잠기는 듯한 형태로 물들어 가기 시작한다. 괴사의 시작. 상처의 크기에 따라 괴사의 속도가 달라지며, 온 몸으로 괴사가 전부 퍼지고 나면 시체는 끝내 포말처럼 흩어져 사라지게 된다. 제대로 통제되었다면 과정 모두를 조절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나, 이제는 의미 없을 가정.
패널티
신체의 곳곳이 점점 닳아간다. 노화라고도 부를 수 없는 현상은 마치 극도의 피로를 겪은 후의 증상과도 같은데, 생명력의 소모나 다를 바 없으므로 감각도 기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사용한 오른손과 그 광경을 목도하는 눈에 가장 큰 영향이 남았다. 사용이 오래되어 오른손에 닿는 것 무엇도 느끼지 못하게 될 즈음에는, 눈앞마저 빛으로 채워지듯 희어지곤 했다. 온갖 악하고 어두운 것들을 놓치는 일 없도록, 온갖 선하고 환한 것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도록.
외형
(@cu_cci_0 쿠치님 커미션입니다)
여전한 온화함의 위로는 마치 한꺼풀 흐릿한 막이 씌었다. 오히려 예전보다도 환해진 것 같다는 착각을 할 즈음, 그 속에서 번져나오는 어두운 분위기에는 한 걸음 물러서게 만들고 말 정도. 이유를 모를 수 없는 꺼림칙함. 거리감. 의구심따위는 들지 않을, 누가 보아도 빛바랜 악인의 모습임을.
길게 기른 흑발은 크게 물결쳐 흘러내린다. 새까만 머리카락은 아래로 갈수록 희게 빛 바랜 채이며 더이상 햇빛을 받아도 그저 차가운 빛을 머금었을 뿐. 금빛의 눈동자는 빛을 담지 못하여 탁한 색을 띤다. 어딘가 엇나간 듯한 시선 또한 그런 인상을 한결 도드라지게 만든다. 검은 머리칼에 비해 흰 피부는 창백하다는 인상을 줄 정도. 쭉 뻗은 이목구비와 다양해진 표정 변화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듯하고 곧은 자세. 길고 풍성하게 늘어진 옷자락이 몸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 드러나지는 않으나 체형 자체가 가는 편이다. 장소에 따라 옷차림이 바뀌곤 하는데, 드러난 곳이 드물도록 걸쳐 입곤 한다. 왼쪽 귀에만 길게 늘어진 은빛 귀걸이가 하나 있으며, 길게 안경줄이 늘어진 안경을 쓰고 다닌다. 늘 검정 장갑을 끼고 다니는데, 오른쪽 손끝은 검게, 왼쪽 손끝은 희게 물든 듯한 흔적이 남아있다.
@ keangae_com 킴게님 커미션
성격
그의 본질은 축복보다는 저주, 치유보다는 상해, 방패보다는 검날, 빛보다는 어둠이었다.
그러므로, 오직 선을 위할 것만을 행하고자 하였으나 모든 것은 결국 악이었으리라.
[신실함 : 집념]
“모든 것은 여신님의 뜻대로.”
여전히, 신앙심은 그를 움직이는 뼈대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조차도 여신을 향한 오롯한 마음은 여전하며, 그 뜻을 향한 의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신앙을 향한 집착과도 같은 형태로 변질된 채였으나, 스스로는 이를 깨닫지 못한다. 깨닫고자 하지 않는다. 이 한몸 이리 빚으셨으며 내려주신 자리와 몫 모두 당신의 안배이리니. 그 뜻에 마땅히 따를지어다. 그것이 설령 선명한 악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라 할 지라도. 이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 되더라도, 제게 내려주신 '순리' 만이 의미 있을 따름이므로.
[기꺼움 : 교만]
“기꺼이, 도와드리지요.”
온화하며 친절한 언행은 예전보다도 기꺼운 바가 있었다. 온 세상을 가득채운 것 모두 제게 기꺼울진대, 어찌 이를 베풀지 않을 수 있을까. 다만 그 도움의 손길이 예전처럼 '선행'이라는 틀 안에 든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기꺼울 수 없을 터였다. 이제는 더이상 선행과 악행이라는 형태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바, 자신이 해야 할 바라는 판단만 내려진다면 무엇이든 행한다. 고로 곁의 이들에게 속삭이는 것 또한 다를 리 없다. 악으로 빚어진 저에게, 감히 여신님의 뜻을 집행할 역이 맡겨졌으므로. 악으로 인하여 선을 이룰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므로. 이미 고이고 썩은 바다를 뒤엎는 그 손길에 깃든 것은, 스스로조차 깨닫지 못할 교만이었다.
[가벼움 : 방종]
“이 또한 전부 도려냄이 마땅하겠습니다.”
더이상 제 속에 든 것을 거짓으로 덮지 않는다. 자신의 본질이 악이라면, 이를 숨기고 거짓을 고함은 옳은가? 아니면 이를 숨김없이 드러냄이 옳은가? 선을 위한 악은 선인가? 악을 위한 선은 악인가? 더 이상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 쪽이든 선이 될 수 없는 것이지 않던가. 처음부터 한 순간조차도 선한 적 따위 없지 않던가. 그러므로, 속내를 담은 말은 가볍게도 내뱉어진다. 때로는 진실, 때로는 거짓. 본인조차도 가늠해내지 않을 말들은 가벼울 뿐이며, 거리낌 없이 내어지므로 결국 방종에 빠진 채였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행해야 할 것이라면 집행될 것이며, 행해야 할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흩어질 것이므로.
[어두움 : 악]
“그러니 결국에는 각척으로 내던져지리라. 마땅히.”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는 자신의 속내를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만들 수 없음을 인정했다. 아니, 이제 그가 진실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하여 모르는 이 있을 리 없겠지. 드러난 적 없던 잔혹한 충동은 이미 선을 위한 악이라는 형태로 휘둘러져왔으며, 그럼에도 그 속내가 가라앉는 순간 따위는 없었다. 허나 무슨 상관이겠는가. 자신의 기꺼움 모두, 애쉬마린의 안배일진대. 여신님의 뜻이라는 빛 하나만을 바라보며, 악으로 점철된 길을 걸어나가는 이에게 망설임 같은 것이 남았을 리 없다. 이 모든 길의 끝에- 결국 각척으로 내던져질 것임을 확신하면서도, 그에게는 절망마저 환희처럼 달았던 탓이리라.
지난 10년간의 근황
918년. 교황 시해 사건. 세르주 가의 멸문. 스스로 잘라내겠다던 손을 직접 뻗기도 전이었다.
923년. 버림받은 추기경은 레테 티그리스와 같이 사라졌던 때처럼 홀연히 나타났다. 고인 바다를 뒤집으리라. 혁명의 뜻을 밝히며.
도륙의 집행은 결국, 통제되지 않는 살육을 일으키고 말았다. 죽음만이 남은 자리에서, 환희와 절망은 동시에 찾아들었다.
928년. 현재. 수배자로 지명되어있으며 그 모습, 모르는 이 없으리니. 밖으로 나설 때에는 늘 얼굴을 덮어 가리곤 한다.
기타 사항
[인적사항]
생일 : 4월 8일. 끝끝내 '박애'를 이해한 순간은 없었으나.
호 : 어둠. 부수어지고 깨진 것들. 온갖 악과 온갖 선. 바다.
불호 : 빛. 여신을 욕되게 하는 것. 온갖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버릇 : 기도. 양손을 모아 깍지 껴 잡는 행동. 아무 말 없이 눈 감는 행동.
펫 : 테네브리스라는 이름의 검은 재규어는, 주인의 곁을 자유로이 돌아다니곤 했다.
말투 : 온화한 존대부터 차갑게 떨어지는 반말까지. 상황에 따라 규칙성 없이 변화한다.
시력 감소 : 몸상태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특히나 밝은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문]
세르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가문. 어떻게든 명성과 부를 다시 쥐어보고자 하던 이들의 악행은 밝혀지는 일조차 없이, 버려진 추기경이 교황 시해 사건을 일으킨 후 멸문당하고 말았다. 흔적도 없이.
그러므로, 카시미르가 도려낼 수 있었던 것은 제 이름에 남은 성 뿐이었다.
[순리]
마법적 특성은 ”순리”.
왼손에 닿은 대상이 본디 나아지게 되었을 궤도대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더이상 오른손으로는 치유를 행하지 못한다. 여전히 무생물이나 나을 수 없는 상처에는 효력이 없으며 지불되어야 할 체력을 소모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허나 이미 닳아가던 신체가 이를 버틸 리 없으니, 머리카락 끝과 왼손 끝에는 점점 흰 흔적이 덧칠되어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법을 사용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이제는, 그 순리의 흐름을 거스르는 방법 또한 알았다. 이제는 제게 허락되었을 것이므로. 상처를 깊게 악화시킬 수도 순리에 따라 낫지 않도록 붙들어두는 것 또한 할 수 있게 되었을 따름.
[특기사항]
바다 깊이까지 가라앉곤 하던 버릇은 없어진 지 오래.
여전히, 무엇도 믿지 못한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그럼에도 좋았다.
이전과 같이, 제게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는다. 또한 누구에게든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며, 금세 떨어지곤 한다. 행동을 종잡기 어렵다.
참혹한 광경은 그로하여금 환희와 절망을 동시에 맛보게 하곤 한다. 절대 허락받을 수 없을 참상이겠으나, 감히 집행자로 자리한 이들에게만큼은 기꺼이 여겨질 광경일 터이므로.
소지품으로 오래된 것들을 여즉 지니고 있다. 망가진 오르골, 숄에 감싸둔 찢어진 인형, 손때 탄 책 한 권, 귀걸이로 바꾸어낸 머리장식.
아무 말 없이 상대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여전히 있었다.
여신의 노랫소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선악의 경계]
선과 악의 경계를 더이상 판가름하지 않는다.
여신님의 뜻이 그릇될 리 없으니, 이 세상의 병폐와 악행은 모두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인간의 탓이며, 이를 모조리 도려내기 위해 자신을 보내셨음을 믿을 따름.
선한 이를 사랑한다. 눈부셔 바라볼 수 없을 그 모습을 꺾어 부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일지 가늠할 수조차도 없는 탓. 솔직한 흥미.
악한 이를 사랑한다. 함께 감히 악으로 선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그저 악일 뿐인 이들에게 어찌 마땅한 징벌을 베풀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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